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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 부활절 메시지

새 로마-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이자 세계총대주교인, 하느님의 종 바르톨로메오스가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와 자비가

정교회의 모든 신자들에게 임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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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의 부활, 죽음에 대한 생명의 승리, 구원을 가져다주는 이 승리를 경험하는 것은 하느님 백성의 믿음과 거룩한 예배와 기풍과 문화의 핵심입니다. 모든 차원에서, 부활에 대한 믿음으로 적셔지고 양육되는 정교 신자들의 삶은, 매일 매일이 빠스카입니다. 이 부활 경험은 주님의 부활에 대한 기억만 아니라, 우리 각자의 쇄신 경험이고, 만물의 종말론적 완성에 대한 흔들림 없는 확신입니다.

특별히, “지극히 거룩한 날”인 주일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감사의 성찬예배에서, 정교회는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함을, 하느님 통치의 복된 현실들을 미리 맛보고 경험하는 것에 참여함을 장엄하게 경축합니다. 신성한 감사의 성찬 예배에 빠스카와 기쁨의 의미가 풍부하게 스며들어 있음은 매우 감동적입니다. 왜냐하면 신성한 감사의 상찬 예배는 언제나 기쁨과 환희의 분위기 안에서 거행되고, 그리하여 모든 존재의 최종적인 쇄신, 충만한 기쁨, 생명의 충만, 장차 흘러넘칠 사랑과 지식을 미리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최종적 종말과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역동적 여정에 비추어 현재를 바라보는 것과 관련됩니다. 그것은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과 세상이 얻게 되는 구원의 종말론적 특징을 현재와 결합시켜주는 밀접하고 지울 수 없는 관계와 관련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이 지니는 이 종말론적 특징은, 교회의 삶에 하나의 독특한 역동성을 새겨넣어주고, 신자들로 하여금 세상 속에서 훌륭한 증언자가 되도록 자극합니다. 정교 신자는 사회적인 악에 맞서서 투쟁해야할 분명하고도 고유한 이유와 강력한 동기를 가집니다. 그는 최종적인 목적들과 매우 강고해 보이는 역사적 현실들 사이에 존재하는 이 대조와 긴장을 아주 강렬하게 경험하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오 25:40)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행위로 나타난 사랑(루가 10:30~37참조)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이웃이라 여기고, 가서 기꺼이 그를 도와주라.”(펠루시오스의 이시도로스)고 말씀하신 교부의 가르침처럼, 정교회는 사랑의 디아코니아, 사랑의 봉사, 불안정한 환경 속에 있는 형제를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정교회의 감사의 성찬예배 정신을 확장하고 표현하는 것이며, 현재뿐만 아니라 마지막 날 하느님 나라에서도 사랑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생명을 경험하고 살아가는 핵심임을 굳게 믿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또한 정교회의 전례적 삶이 “함께 누리는 구원” 경험, “함께 누리는 자유”와 “함께 누리는 왕국”의 은총, 또한 “함께 누리는 부활”에 대한 기다림으로 진동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여기서 무엇보다 먼저 중시되는 것은 바로 “우리”이고, “생명의 공동체”이고, “나눔과 더불어 존재함”이며,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자유를 희생적이고 영광스러운 사랑과 일치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저승에 내려가신 그리스도를 묘사한 부활 이콘, 이 빛나는 이콘의 놀라운 메시지가 바로 이것입니다. 영광의 주님은 땅 속 깊은 곳에 내려가셔서, 저승의 문들을 깨뜨리시고, 단지 승리의 깃발만 드신 것이 아니라 아담과 이브를, 또한 그들 안에서 온 인류와 온 피조세계를 붙잡아 올리시고, 손수 보호하시고 강하게 하시면서, 영광스럽고도 빛나는 모습으로, 무덤에서 나오십니다.

“축제 중의 축제”, 죽음의 권세를 멸하는 전능하신 사랑인 부활의 선포는 사회적 불의, 인간성의 변질과 타락이 맹위를 떨치는 세상, 수천수만의 피난민과 무죄한 어린이들에게 마치 골고타와 같은 이 세상 안에서, 오늘도 울려 퍼집니다. 하느님 앞에서 인간 생명은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부활은 선포합니다. 부활은 시련, 고통, 십자가, 골고타가 마지막 단어가 아님을 선언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는 자들은 그들의 비극적 희생자들에게 결코 승리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정교회에서 십자가는 신앙의 중심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교회의 삶이 향하고 있는 궁극적 현실이 아닙니다. 십자가는 우리 신앙의 완성인 부활로 이끄는 길이라는 것이야말로 십자가의 참된 의미입니다. 이 바탕 위에서, 우리 정교신자들은 외칩니다. “십자가를 통해 온 세상에 기쁨이 왔다”고 말입니다. 정교회에서 그리스도의 수난 예식이 슬프기만 하지 않고, 십자가와 부활이 뒤섞여 있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습니다. 수난은 “우리의 고통을 없애는” 부활을 통해 접근되고 경험됩니다. 정교신앙에서, 십자가와 부활의 이 변할 수 없는 결합은, 일반적으로 역사 속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고통과 시련에는 무관심한 모든 신비주의 혹은 자기만족적 경건주의와 결코 화해할 수 없습니다.

십자가와 부활의 설교는 또한 오늘날 과학의 전능함을 확신하는, 세속적이고 이성주의적이고 이기적이며, 지상의 덧없는 것들에만 집착하는 현대인, 영원에 대한 열망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교만한 자기 신격화에 맞섭니다. 십자가와 부활의 선포는 또한, 하느님의 절대적 초월성을 빙자하여, 하늘과 땅을 분리시키는 헤아릴 수 없는 심연이라는 사상에 의지하여, 육화하신 하느님의 경륜, 십자가의 놀라운 사건을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현대정신과도 맞섭니다.

주님 안에서 존경하고 사랑하는 형제, 자매, 자녀 여러분, 이 모든 사태 속에서도, 빛나는 부활의 경험으로 충만하고 지지 않는 빛으로 조명된 우리 정교 신자들, 모든 것에 감사하고 천상의 것을 추구하며 이미 이 지상에서부터 하느님 경륜의 종말론적 완성의 담보와 보장을 소유한 우리는, 교회 안에서 주님께 소리 높여 외칩니다. 죽음의 형벌을 받으시고 묻히시고 부활하신 주님께, 우리 생명의 심장인 지성을 밝게 비춰주시길, 또한 모든 선한 일을 시작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주시길, 주님의 백성을 강하게 하시어,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신” 주님의 이름의 영광을 위해 “세상 끝까지” 사랑의 복음을 증언할 수 있게 해주시길 간구하면서 큰 소리로 외칩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2018년 빠스카 축일.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위해 뜨겁게 중보의 기도를 드리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