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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의 대주교 새해 메시지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 세상을 향한 형언할 수 없는 자애로 새로운 해를 선물로 주실 때마다, 모든 사람은 무엇보다도 간절하게 평화를 기원합니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잠간 동안이라도 전쟁과 테러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사람, 또 지금 그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새해만큼은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더욱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특별히 64년 동안이나 원치 않게 남과 북으로 분열되어 냉전과 갈등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민족은 누구 못지않게 평화를 갈망하고 염원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민족 사이에, 나라 사이에, 백성들 사이에 정치적 평화를 가져오고 지탱해 나갈 수 있을까요? 법으로, 혹은 합의로 그것이 가능할까요? 물론 그런 것도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평화가 보장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잘 알다시피 평화를 위해 고안된 법과 합의는 대부분 악한 목적을 가진 정치, 경제, 사회적 죄악에 의해 무시되곤 했기 때문입니다.

외적이고 정치적인 평화를 유지하려면 먼저 영혼의 내적인 평화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적인 평화를 누리려면 성령의 열매(갈라디아 5:22)인 “위로부터 오는 평화”를 영혼에 간직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평화가 없이는 사람 사이에, 사회 계층 사이에, 나라와 나라 사이에 진정한 평화가 세워질 수 없습니다. 만약 사람의 내면에 하느님의 평화가 없다면 그 사람은 하느님과 자기 자신과 가족과 이웃과 그리고 모든 사람과 전쟁을 치를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그리고 또 이웃과의 관계에서 평화를 이루지 못하면, 전쟁은 불가피합니다. 그것은 수학 계산보다 더욱 명백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인간의 보편적 경험을 토대로 결론을 말하자면, 사람은 이기심, 시기심, 욕심에 맞서 영적으로 투쟁해야만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들에게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마태오 5:9)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우리가 진정 하느님의 자녀라면 우리는 모두 한 형제로서 서로 평화롭게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완전한 하느님이시고 완전한 사람이신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실 때,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가 2:14)라고 찬양했던 천사들의 선포는 이 땅에 어떤 세상적인 평화를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 사람들 사이에 하느님의 평화가 먼저 자리 잡아야 됨을 의미합니다. 이 중요한 주제에 대해 요한 크리소스토모스 성인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첫 피조물의 타락 이래로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사람들 사이의 전쟁은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심으로써 종식되었습니다. 그리고 천상의 수많은 천사들은, 이 땅에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의 문이 열렸음을 선포하기 위해,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이요, 땅에 서는 평화 사람들에게는 사랑이요.’라고 찬양했습니다.”

내면의 평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내적인 평화가 없다면, 아무리 물질적으로 모든 것을 다 소유했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면의 평화가 없다면, 우리는 삶을 올바르게 영위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과의 친교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정교회의 예배는 하느님의 평화를 최우선적으로 간구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성찬예배의 첫 부분에 드려지는 평화의 대연도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주님께 기도드립시다.”,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내리시고….”라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하느님의 평화를 전제하면서 “세상을 평화롭게 하시고…”라고 간구합니다. 또한 대입당 후에 드리는 기원 연도에서 보제는 하느님께 “오늘이 온전하고 거룩하고 평화롭고 또 죄 없는 날이 되게 하소서.”, 또 “평화의 천사를 보내시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보호하시고…” 또 “우리가 고통도 부끄럼도 없이 평안히 신자답게 생을 마치어, 그리스도의 두려운 심판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하소서.”라고 간청 드립니다. 그리고 성찬예배의 중요한 순간들, 예를 들어 사도경과 복음경 말씀을 봉독할 때, 혹은 봉헌기도를 드릴 때, 혹은 성체성혈을 영할 때, 주교나 사제는 “모든 이에게 평화”라고 하면서 평화를 빌고, 회중은 “또한 사제(주교)에게도”라고 화답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과 그리고 이웃과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 우리 모두 먼저 그 전제조건인 “위로부터 오는 평화”를 지속적으로 하느님께 간청합시다. 또한 “우리 지체 안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욕정”(야고보 4:1)에 맞서 투쟁함으로써, 세상과 아름다운 우리나라에 평화가 깃들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피시디아의 소티리오스 대주교님과 한국 정교회 모든 성직자들과 여러분의 대주교가, 여러분 모두가 2018년 새로운 해에도 내적, 외적 평화를 누리시고, 영적으로나 육적으로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평화의 왕”(이사야 9:6)께서 여러분의 삶과 하시는 모든 일에 강복해주시길 기원합니다.

“형제 여러분, 온전하게 되기를 힘쓰며 뜻을 같이하여 평화롭게 사십시오. 그러면 사랑과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셔 주실 것입니다.”(II 고린토 13:11) 아멘. 복된 새해 되십시오!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의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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