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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낍니다!

러시아 정교회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이 부끄러움도 없이 아프리카에 자기 교구를 세우기로 했다는 결정을 들었을 때, 삶의 말년에 이르른 저는 생각치도 못했던 너무도 큰 고통과 아픔을 느꼈습니다.

우리 모두는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범슬라브주의의 획책과 ‘제 3의 로마’에 관한 이론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러시아에서 황제 치하나 공산 정권 또는 민주 정권 등 지금껏 존재한 모든 정치체제 하에서 항상 그들 지도자들에 의해 추진되어 왔었던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저는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에 대해 크게 실망했고, 어릴 적부터 너무나 사랑했던 러시아 형제들에게 깊은 유감을 느낍니다. 저는, 현재 러시아 교회의 집행부가 아무리 정치권력에 의해 압력을 받아도, 스탈린 체제하에서 다수의 사목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교회의 지도자들은 정치권력의 압력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즉, 저는 그들이 “더러운 이익을 위해”(디도 1:11) 정교회의 교회법을 이토록 쉽게 어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어쩌면 순진하게도 믿고 있었습니다.

저는, 교회의 역사가든 세속의 역사가든, 또는 오늘날의 역사가든 미래의 역사가든 누구든지 “러시아 교회의 시노드는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에 소속되기를 신청한 알렉산드리아 총대주교청의 성직자들을 더 이상 거절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아프리카 대륙에 ‘클린스키’라는 이름을 가진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대리교구(엑사르히아)를 만들기로 결정하였습니다.”라는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시노드의 결정문을 읽는다면,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의 지도자들이 더 이상 교회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중단하고 이제 대놓고 러시아 국가 팽창주의 정책을 담당하는 한 부서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교회가 언제부터 교회법을 어기면서까지 다른 관할교구에 소속된 일부 성직자들의 요구에 호응했다는 말입니까? 만약 이것이 교회의 전통이었다면 우리는 교회법에 어긋나는 이와 유사한 사례들을 많이 보아 왔을 것입니다. 교회적 이유가 아니라 자신들의 개인적인 이유로, 불합리한 요청을 하는 일부의 성직자들은 항상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살아온 거의 반세기에 해당되는 기간 동안에, 그리고 피시디아 교구의 사목자로 봉직하고 있는 최근 몇 년 동안에도,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에 불만을 품은 성직자들과 평신도들로부터 유사한 “요청”들을 많이 받아왔지만, 저는 그들에게 항상 자신들이 속한 교회의 지도자에게 순종하라고 조언해왔습니다.

성 사도 마르코가 설립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오늘날 수천 명의 아프리카인 정교인을 탄생시킨, 고대의 명성을 간직한 역사적인 알렉산드리아 총대주교청을 저버리고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에 속하고 싶어한다는 아프리카 8개국 102명의 아프리카 성직자들의 “요청”에 대한 정보가 정말 사실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그토록 무모한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감히 저는 제 경험을 통해 볼 때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교회의 전통을 존중하고 따르는 데 있어서 신중한 성직자라고 할 수 없을 뿐더러, 매우 좋지 않은 기회주의자이며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과거에 아시아 지역에서도 해외러시아정교회(ROCOR)로 옮겨간 몇몇 사제들이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 아시아인 사제들은 당시 그들이 소속되어 있던 합법적인 교구로부터 빠져나와, 러시아 정교회의 주교가 되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은 어머니 교회인 콘스탄티노플 세계총대주교청을 향해 교회법적으로 불법인 일들을 저지르고, 심지어 세계총대주교청이 수세기 동안 자리잡고 있는 콘스탄티노플 도시에서도 불법적인 일들을 저질러 오고 있는데, 이제는 알렉산드리아 총대주교청에게까지 쿠데타를 일으키니 이는 러시아 정교회 사람들의 논리에 따르면 그저 “당연한” 과정의 연속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알렉산드리아 총대주교청에 저지른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의 이와 같이 엄청난 잘못은, 이후에 키프로스 독립교회나 그리스 독립교회 그리고 다른 지역 교회들에서도 똑같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의 불법 행위를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곳이면 지구상 어디든지 러시아 정교회를 세우려고 개신교처럼 분파하고 확장하려는 전술이 정교회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게 될 것임을 정신 차리고 깨닫길 바랍니다.

이 비극적인 재난을 조종하는 모든 책임자들은, 이것이 아프리카 형제들의 복음화라는 그리스도 교회의 신성한 사업에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점과, 이 해악을 사탄이 크게 기뻐한다는 점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미 1872년 범정교회 시노드에서는 분열적 자민족 중심주의를 규탄하였습니다. 이제 다시 이 문제에 대해 시노드를 열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피시디아의 소티리오스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