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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대교구 의회

 

2023년도 대교구 의회가 1월 29일(주일) 오후 3시에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기도는 영혼의 산소입니다’라는 사목 지침이 발표되었고, 2부에서는 대교구 및 각 성당의 2022년 영적 사업 및 재정 결산, 2023년 영적 사업 계획 및 재정 예산과 기타 안건을 심의하고 의결하였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으로 올해에도 한국 정교회의 발전과 신자들의 영적 성장이 이루어지길 기도합시다.

 

제19회 대교구 의회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대주교 사목 지침

 

기도는 영혼의 산소입니다.

항상 깨어 있으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기도하십시오. (골로사이 4:2)

 

기도에 대한 정의

기도란 무엇일까요? 기도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여러 적절하고 타당한 말들이 언급됩니다. 예를 들면 “기도는 하늘과의 대화이다. 연약한 인간과 전능하신 하느님과의 대화이다. 그리스도와의 개인적이며 친밀한 친교이다. 영혼의 산소이다.”라는 말들이 언급됩니다.

 

기도는 오직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입니다. 우리의 자애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오직 사람에게만 당신과 함께 대화할 수 있는 특권을 주셨습니다. 당신 자녀들의 기도를 기쁜 마음으로 들으시고, 우리의 요청에 응답해주십니다. 물론 우리의 요청이 “선한 것이며 우리 영혼에 유익한 것”일 때에만 그렇습니다.

 

기도는 가장 빠른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오늘날 과학은 사람들이 전자 통신을 통해 빠르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발명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미 수 세기 전에, 배터리가 절대 소모되지 않는 완벽한 “휴대전화”를 인간에게 주셨습니다. 이 완벽한 “휴대전화”는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는 인간의 발명품이 아니라, 신비이며,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할 때면 언제든지 하느님과 친교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서로 연락할 때 자주 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절대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지금은 바빠서 통화할 수 없어요.” 혹은 “지금은 다른 사람이랑 통화 중이니 이따가 다시 걸어주세요.”와 같은 말들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은 하느님께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큼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사랑과 무한한 인내로 우리의 말을 들어주십니다.

 

기도는 신비로운 샘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 샘으로부터 용기와 위로와 힘을 얻습니다. 기도의 힘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기적을 일으킵니다. 이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하느님을 부르는 자들의 삶에서 수없이 증명된 사실입니다.

 

기도는 사탄에 대적하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합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기도와 금식을 하지 않고서는 그런 것(사탄과 악령)을 쫓아낼 수 없다”(마르코 9:29 참조)라고 확증해주셨습니다.

 

기도는 하느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특징적인 것은 제자들이 그리스도께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청했을 때(루가 11:1), 그리스도께서 직접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주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부들이 설명하고 있듯이, 하느님께서 가르쳐주신 주의 기도는 완전한 기도입니다. 인간의 구원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의 중요성은 그리스도께서 지상에 사시는 동안 인간으로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개인적으로”(마태오 14:23), “홀로”(루가 9:18), 심지어 사람들이 당신을 찾고 있는 순간에도 혼자서 조용히(마르코 1:36) 기도하셨다는 사실에 의해 입증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나서 아직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까지, 광야에 머물며 40일 동안 기도하셨습니다. 낮 동안에는 사람들을 위해 힘들게 일하시고, 밤 동안에는 홀로 조용히 기도하시기 위해 한적한 광야로 향하셨습니다. 그러나 또한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기도하시기도 했습니다. 회당에서나, 어떤 기적을 행하시기 전에나, 수난을 당하시기 전 올리브 산에서나, 숨을 거두시기 전 십자가 위에서와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또 한 가지 잘 알려진 기도는, 신학적으로 뛰어난 대제사장의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요한 복음사가의 기록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요한 17:1-26).

 

즉,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기도하는 방법을 이론적으로 가르쳐 주셨을 뿐만 아니라, 당신께서 직접 기도하는 모범을 보이심으로써, 우리가 언제 어떻게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해야 하는지도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기도의 모범을 따라

주님으로부터 직접 언제,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배운 거룩한 사도들은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기도의 모범을 따랐습니다. 예를 들어, 루가 복음사가는 “(사도들은) 날마다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루가 24:53)라고 기록하며 복음서를 끝맺습니다. 또 매우 특징적인 것은 성 사도 바울로가 기도에 대해 언급할 때 쓰는 표현들입니다. “늘, 끊임없이”(로마서 1:9-10, 데살로니카 전 5:17), “언제나”(에페소 6:18), “밤낮으로”(데살로니카 전 3:10) 등의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그리스도와 사도들의 모범을 따르던 초대 그리스도인들도 자신들의 삶에서 기도를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았습니다. 실제로 어떤 열정적인 그리스도인들은, 초대 교회 시대부터, 기도에 더 헌신하기를 갈망하면서 그리스도를 본받아 한적한 광야로 떠나곤 했습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그리스도교 수도원 운동이 시작되었고, 이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교회의 중추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수도사들뿐만 아니라 초기 그리스도 교회의 모든 신자들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또 공개적으로 기도하곤 했습니다. 그리하여, 초기 3세기 동안의 카타콤과 그 후의 성당들은 기도하는 장소가 되었고, 그리스도인들이 사는 집들도 “가정 교회”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것을 베풀어주신 창조주께 영광 돌리고 감사드리기 위해, 또 구세주 그리스도께 구원을 위한 간청을 드리기 위해, 매일 많은 시간을 기도에 바쳤습니다.

 

바로 이 전통을 수 세기에 걸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따른 것이며, 바로 이 전통을 우리 교회의 모든 교부들과 스승들이 저술과 설교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준 것입니다. 하느님의 빛을 받은 위대한 신학자들, 시인들, 성가 작사가들, 작곡가들은 그 스스로가 기도하는 사람들이었기에 하느님의 영감을 받은 기도문과 성가들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 그들이 만든 이 기도와 성가들은 우리 정교회 전례가 아주 훌륭하고 풍부함을 잘 드러내줍니다.

 

우리는 기도하고 있습니까?

지금까지 위 사항들을 언급했으니, 이제는 우리가 다음의 사항을 진지하게 자문해볼 때입니다. “우리는 기도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우리를 만드신 창조주와 대화하고 싶은 열망을 매일 느끼고 있습니까? 우리는 목마른 사슴처럼 매 주일과 축일에 성당으로 달려가 우리 정교회의 가장 중심적이고 첫째가는 기도인 성찬예배에 참여하고, 성체성혈 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있습니까? 우리에게 매일 모든 것을 베풀어주시는 하느님께 찬양드리고 감사드리고 있습니까? 우리의 모든 영적, 물질적 필요를 위해 하느님께 겸손한 마음으로 도움을 간청하고 있습니까?”

 

기도는 영혼의 산소입니다.

현대인은, 매일의 일과와 바쁜 생활로 인해 기본적 필요를 위한 휴식 시간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기도하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기도는 우리 영혼의 산소’이고, 이 산소 없이는 우리가 살 수 없다는 것을 깊이 이해한다면, 우리는 하느님과 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할 것입니다. 그런 후에 우리는, 신체에 필요한 산소를 얻기 위해 노력하듯이, 영혼에 필요한 영적 산소를 얻는 데 필요한 모든 희생을 다 감수할 것입니다. 아토스 성산의 파이시오스 성인은 “기도는 영혼의 산소이며, 영혼이 필요로 하는 것이며, 마지못해 하는 일로 여겨져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때와 장소”에 가장 적합한 기도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한 기도 방법 중 하나는 ‘예수기도’를 배워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이 짧은 기도는 매우 중요한 기도입니다. 이 기도를 통해 우리는 첫째로, 그리스도가 참 하느님이시고, 우리의 참 구세주이시며 구원자이심을 고백합니다. 둘째로, 우리가 죄인임을 자각하면서, 우리 구원을 위해 주님께서 자비를 베풀어주시길 가슴 아픈 마음으로 간구합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이 기도를 계속 반복할 수 있습니다. 즉, 하루 중 어느 때든, 그리고 우리가 어디에 있든, 집에 있든, 침대에 누워 있든, 길을 가는 중이든, 시장에 있든, 시골에 있든, 이 기도를 드릴 수 있습니다. 운전하거나 산책하거나 여행하거나 일하거나 쉬는 등 우리가 무언가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이 기도를 드릴 수 있습니다.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필립비 2:9)인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반복하여 부르다 보면, 우리의 정신, 우리의 생각, 우리의 육체, 우리가 머물고 있는 장소,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거룩하게 성화됩니다. 이와 관련해서 아토스 성산의 파이시오스 성인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주부가 집안일을 하면서 예수기도를 읊으면, 모든 것이 거룩해집니다. 만드는 음식도 거룩해지고,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모두 거룩해집니다.”

 

예수기도를 우리 마음과 정신 속에 계속해서 간직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은총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깝소칼리비아의 뽀르피리오스 성인께서는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계십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사랑과 갈망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은총을 보내주시려면, 우리가 온 마음과 힘을 다해 하느님을 열렬히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은 우리가 기도를 위한 적절한 모습이 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기쁘게 하는 것, 이를테면, 선한 의도, 겸손, 사랑 등을 우리 안에서 찾으신다면, 친히 우리 영혼에 오셔서 머무실 것입니다. 이러한 것이 없다면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할 수 없습니다.”

 

2023년 – 더욱 간절히 기도하는 해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선하고 자애로우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새해에는 기도하는 일에 더욱 전념하며, 기도를 통해 우리의 삶이 크게 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합시다. 우리 한국 정교회와 세계 총대주교청, 그리고 전 세계 정교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도합시다. Covid-19, 남북 화해 및 평화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시리아 전쟁, 에너지 위기, 가난, 기후변화 문제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우리 모두 자발적으로 기도에 참여합시다. 그리하여 2023년이 더욱 간절히 기도하는 해가 되도록 합시다. 아멘.

 

2023년 1월 29일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