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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브로시오스 대주교 2022년 부활절 메시지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정교회의 성화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리스도께서 저승으로 내려가시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잘 알려져 있듯, 이 장면은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위대한 신비를 가장 단순하고도 가장 본질적으로 표현하는 정교회의 성화입니다.

우리 교회가 가르치고 있듯이,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첫 피조물들을 비롯한 온 인류를 악마의 폭정과 권세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가셨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있기 전에 죽음을 맞았던 모든 사람들은, 인간의 원죄로 인해, 악마의 왕국인 저승에 포로로 잡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당신이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써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 곧 악마를 멸망시키시고”(히브리 2:14) 우리의 죄가 담긴 문서를 찢어버리시고, “그것을 십자가에 못 박아 없애 버리셨습니다.”(골로사이 2:14) 우리를 저승에서 해방시키시고, “예수께서 그리스도시라는 것”(1요한 2:22)을 믿고 고백하는 자들, 즉 예수님께서 진정한 구세주이시고 세상의 구속주이심을 믿고 고백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부활을 주셨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 사람은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으로 그분의 아들이 되어, 본인이 원한다면, 회개와 하느님의 자비를 통해 그리스도의 영원하고 불멸하는 왕국을 상속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축일 중의 축일이고 축제 중의 축제”인, 흥겹고 환희에 넘치는 부활절 축제 기간 동안 이 크나큰 기적을 경험합니다. 이 기적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의 영혼과 육신을 해방시켜주시는 분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의 고통을 참으시고 죽음을 수락하셨습니다. 우리를 타락한 본성의 속박에서 해방시키시고 우리에게 “영생과 큰 자비”를 베풀어주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이 형언할 수 없는 선물과 자애에 대한 응답으로, 영혼을 파괴하는 죄의 욕망에서 벗어나라고 하십니다. 이 죄의 욕망은, 우리를 가장 무서운 폭군, 즉 악마의 노예로 만들고 부활이 주는 온전한 기쁨을 파괴시킵니다.

주님께서는 또 우리에게 “사람의 계명을 하느님의 것인 양 가르치는”(이사야 29:13 참조, 마태오 15:9) 것으로부터 해방되라고 하십니다. 이것은 참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사람을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또 우리에게 복음의 내용과 반대되는 사상과 행동 방식, 광신적 열광, 여러 가지 집착이나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하십니다. 이러한 것들은 하느님 자녀들의 자유를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또 우리에게 인간 관계에서, 가족 내에서, 사회에서, 또 정치 영역에서 온갖 종류의 전쟁을 유발하는 폭력을 비판하고 규탄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자유와 평화와 정의의 지배를 위해, 또 인권의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라고 하십니다. 이것들이 우리 시대에 어떤 형태로 짓밟히고 있든 간에 말입니다. 이러한 가치들이 짓밟힐 때 인간의 존엄성은 모욕당하고 훼손당합니다.

우리는 “이제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골로사이 3:1), 우리의 영적 자유와 사회적 자유로 향하는 길은 이제 열려있습니다. 우리가 “옛 생활을 청산하여 낡은 인간을 벗어 버리고 새 인간으로 갈아 입”(골로사이 3:9-10 참조)는 한 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각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니, 우리는 날마다 부활을 생각하고 부활의 메시지를 실천에 옮기면서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영원한 잠에서 깨어나라. 나는 네가 저승에 갇혀있도록 너를 창조한 것이 아니다. 나는 멸망하는 존재들의 생명이니, 너는 죽은 자 가운데서 일어나거라. 내 피조물아, 너는 나의 형상대로 창조한 내 모습이니, 죄의 늪에 빠져 있지 말고 어서 일어나거라!” (키프로스의 성 에피파니오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피시디아의 소티리오스 대주교님과 모든 성직자들, 주님 안에서 협력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진심어린 부활 인사를 전합니다. 모든 분들의 영혼과 육신이 건강하고, 부활하신 주님의 모든 축복과 은총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한없는 사랑과 특별한 공경의 마음으로,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의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