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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소티리오스 대주교 장례 의식

고행의 삶에서 거룩하게 안식하신 한국의 초대 대교구장이자 현 피시디아의 대교구장 소티리오스 대주교의 육신은 고인의 생전 바람에 따라 가평의 주변모 수도원으로 모셔졌습니다.

고인의 소박한 수도자 거처에서 암브로시오스 대주교와 안토니오스 우종현 대신부, 예레미야 조경진 신부가 정성을 다하여, 수도자 장례 절차에 따라 안데리와 엑소라소(안과 겉에 입는 성직자 의복)를 고인에게 입혔습니다. 고인께서는, 당신의 장례 때, 수도원에서 매일 예식을 집전할 때 착용했던 영대와 오모포로와 나무로 된 엔골피온(주교 목걸이)만 걸어주기를 유언하셨습니다.

입관 절차를 마치고 수도원 성당으로 모신 다음, 고인의 영혼의 안식을 위해 첫 번째 뜨리사기온 의식이 거행되었습니다. 곧이어 사제들과 신자들의 복음경 봉독이 시작되어 다음날 아침, 영혼 토요일 조과가 시작될 때까지 쉬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신자들이 교대로 복음경을 봉독하며, 때때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영혼 토요일 아침 조과와 성찬예배에 이어서, 한국 정교회 대교구의 모든 성직자와 신자들 약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례 의식이 ‘슬픔 어린 기쁨’의 분위기 속에서 거행되었습니다. 고인께서는 장례 때 추모사를 하지 말아 달라고 생전에 유언으로 남기셨기에 생략되었고 대신,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께서 고인이 2009년에 수녀님들에게 남기신 영적 조언이 담긴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가평 주변모 수도원의 사랑하는 수녀님들께

거룩한 오순절 주일에 우리가 무릎을 꿇고 거룩한 기도를 올릴 때, 위엄 넘치시고 영원하시고 거룩하시고 자애로우신 하느님께 다음과 같은 기도를 드립니다. «당신께서 정하신 날에 결코 어김이 없는 당신의 거룩한 약속에 따라 우리의 몸을 부활시켜 주소서. 주여, 당신의 종들에게는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사옵니다. 우리 하느님이시여, 우리가 당신께로 가기 위해 우리 육신과 떨어질 때, 그것은 근심에서 행복과 휴식과 기쁨으로의 건너감일 뿐이나이다.»

친애하는 나의 수녀님들, 우리가 서로 이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서로 올리는 기도로 인해, 거룩한 교회의 지체로서 나누는 우리의 영적 친교는 그치지 않을 것이니, 부디 부활에 대한 이 믿음과 마음으로 우리의 현상적인 이별에 대처해 주십시오. 이렇게 했을 때 여러분들은 성서와 교회의 전례서에서 읽은 내용을 믿고 있고 삶에서 간직하고 있음을 다른 이들에게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그동안 저에게 보여주신 많은 사랑, 여러분들의 많은 수고와 노고, 그리고 저를 위해 여태까지 해주신 것, 지금 하고 계신 것, 또 마지막까지 해주실 모든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주님의 풍성한 축복이 여러분과 항상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2009년 6월 8일 성령 축일 월요일
소티리오스 대주교

영원히 기억될 소티리오스 대주교께서는, 참석한 모든 이들이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 찬양송을 계속해서 부르는 부활의 분위기 속에서, 수도원 안뜰에 당신이 생전에 직접 준비해둔 묘에 안치되셨습니다. 장례 절차가 모두 끝난 후, 모든 참석자들에게 식사가 제공되었습니다.
소티리오스 대주교께서는 영원히 기억되실 것입니다. 고인이 하늘에서 올리시는 기도가 우리 모두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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